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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 브라이언트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오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다들 반갑습니다.(웃음)

Q. 20년이라는 시간동안 농구만을 생각해오신 분으로써, 당신의 이름이 전설로 남게 되는 순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저는 항상 위대한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자랐고, 그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웠죠. 이제 그들과 같은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는 게, 정말 굉장한 일로 느껴집니다. 전설이 된다는 것은 단지 우리가 이루어 낸 업적을 기리는 것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저 또한 과거의 전설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제 저로 인해 다음 세대의 선수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가장 가슴 벅차게 느껴집니다.


Q. 오늘 경기에 뛰는 것도 아니신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당신을 보러 와 주셨습니다. 이 도시의 당신에 대한 사랑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A. 신기한 일이죠. 어렸을 때 저는 그저 농구를 잘 하고 싶었습니다. 제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고, 챔피언십을 우승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 선수가 되는 것들, 즉 제 자신에 관한 것들이 저의 목표였죠.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것들보다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감을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의 행동, 태도, 제가 하는 일을 대하는 자세 같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더 열심히 정진할 수 있게 하는 영감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다른 사람들과 제가 소통하는 방식이고, 제가 이 도시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저는 당신이 18살에 처음 이 도시로 왔던 때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때의 아이가 아직도 당신 속에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저는 항상 경기 전에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무엇을 위해서 플레이하는지를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서 과거에 입었던 유니폼들을 걸어놓은 방 안에서 마음을 다졌습니다. 제 20년의 커리어 동안 그 아이는 제 안에서 떠난 적이 없었죠. 


Q. 우리가 알고 있는 당신은 항상 농구를 위해 살고, 농구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농구 없는 당신의 삶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A. 재미있는게, 작년에 제가 은퇴할 때 몇몇 선배 선수들이 찾아와서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 줬어요. 제가 우울증에라도 빠질 까봐 걱정이 되었나 보죠.(웃음) 그렇지만 전 괜찮습니다. 항상 모든 일을 진취적으로 생각해야죠.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내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고, 오랜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공부를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시도해 보았죠. 제에게 있어서는 꼭 농구가 아니더라도, 매일 아침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 인생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요즘에도 저는 매일 새벽 5시부터 운동을 하고, 그 다음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죠. 그리곤 아내와 함께 아침밥을 먹고,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그리고 방과 후에 아이들을 다시 데리고 오고, 그 다음에는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축구, 배구, 농구 등등을 하죠. 그게 지금의 제 루틴이고,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스테이플스 센터에 오셨을 때는, 60득점을 기록하셨습니다. 오늘은 그 때와는 다르게 유모차를 끌고 오셨는데요.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제일 처음으로 한 생각이 무엇이었나요?

A. 제일 처음으로 든 생각은 카메라 플래쉬 때문에 막내딸이 깨면 안될텐데 하는 걱정이었습니다.(웃음) 막내딸은 저를 닮아서 매우 활동적이죠. 오래 앉아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경기 중에 코트 위로 뛰쳐나갈까봐 아직도 걱정이 됩니다.(웃음) 어쨌든 가족들과 함께 이런 자리에 오게 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네요.


Q. 당신은 항상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어하셨는데요. 아시겠지만 마이클 조던과 당신을, 또 당신과 르브론 제임스를 비교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평소에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A. 아뇨, 전혀요. 저는 제가 명확하게 이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그 둘중에 누군가와 탁구를 친다. 그러면 그 경기를 이기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겠죠. 하지만 말씀하신 것들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의견을 가지고 있고, 각자 얼굴이 시뻘개질 때까지 논쟁을 하죠. 이렇게 승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Q. 오늘의 결번식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지켜볼텐데요. 최근에는 중국에 첫 NBA 학교를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하셨습니다. 어떤 것들을 계획하고 계신 건가요? 또한, 아직도 가끔 새벽 4시에 일어나시나요?

A. 저는 아직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웃음) 모르겠어요, 그냥 항상 그 시간에 잠이 깹니다. 그러면 굳이 일어나서 할 것도 없으니, 운동이나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거죠.

학교에 대해서는 많은 계획들이 있죠. 물론 기본적으로 농구 학교이고, 기초 기술, 풋워크 등도 가르치겠지만,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심리적인 것들입니다. 경기에 대한 걱정, 압박감 등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어떻게 자존심을 죽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 뛰는지 같은 것들에 대해서죠. 이런 것들을 가르침으로써 아이들이 농구에서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훌륭한 자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쌓아 오신 20년동안의 커리어로 인해 당신은 이 도시에서 농구선수로써의 성공의 기준이 되었는데요. 당신의 자리를 채워줄 후배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도전이 될 것 같으신가요?

A. 물론 큰 도전이 되겠지만, 선수들에게 제 발자취를 따라오는 것이 목적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선수들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하루 하루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만 생각하면 됩니다. 쿠즈마, 론조, 잉그램 같은 친구들은 그저 어제의 자기 자신보다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지만 생각하면 되는 거죠. 그렇게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간다면 나중에 되돌아 보았을때, 그 친구들 자신만의 전설이 만들어져 있겠죠.


Q. 그동안 대답을 회피하셨지만, 이 질문을 다시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8번과 24번 중 하나만 고른다면 어떤 번호를 고르실 건가요? 만약 누군가 당신의 동상을 만든다면요.

A. 동상은 앞면이 중요하니까, 등번호는 딱히 상관 없는 것 아닌가요?(웃음) 만약 동상의 헤어스타일 부분을 디자인한다면 바로 들통날텐데요.(웃음) 저도 사실 왔다 갔다 합니다. 아, 생각해보면 8번 코비는 24번 코비가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는 것을 하나 가지고 있네요. 머리카락을 기르는 능력이요.(웃음)

사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24번의 코비가 좀 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했고, 따라서 제 마음이 좀 더 그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24번의 코비는 매일 아침에 죽을 힘을 다 해서 일어나야 했었죠. 보스턴 셀틱스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해야 했고, 발 뼈에 금이 가거나, 손가락이 부러졌을 때에도 이겨 내야 했었습니다. 그리고 커리어 막판에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도 보냈었죠.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저는 24번을 고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오늘은 비록 축제 분위기이지만, 현재 레이커스는 당신의 시대 다음의 챕터로 넘어가는 중인데요. 이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스포츠의 재미있는 점은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음 챕터가 바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써지고 있고, 새로운 전설들이 만들어지고 있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후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매일 매일 어제의 자신보다 어떻게 더 나아질지만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되돌아 보았을 때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이 만들어져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15년 전에, 코비 브라이언트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서 후배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모두가 코웃음을 칠 것입니다. 뭐? 농담하지마. 이런 새끼가? 라고 다들 말하겠죠.(웃음) 하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현재의 자신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시간이 흐른 후에 사람들이 당신을 전설이라고 부를 때가 찾아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